붉은 꽃잎이 사실은 그냥 잎이라고?
옥수수, 감자, 고추, 담배, 코스모스…. 이 식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모두는 소위 ‘신대륙’ 아메리카에 자생하던 식물들이다. 유럽에 소개된 후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인류사에 식량이나 기호품, 꽃식물로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식물 중에 겨울철에 꽃식물로 각광을 받는 포인세티아가 있다.
포인세티아의 영어 이름은 ‘Christmas-flower’ 또는 ‘Poinsettia’다. 두 번째 이름은 초대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였던 조엘 로버츠 포인셋을 기념해 붙여졌다.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크리스마스 전후에 잎이 붉게 물드는 이 식물을 미국에 최초로 도입했다. 붉은색 꽃으로 형상화되는 포인세티아는 오늘날 빨간 열매가 달리는 호랑가시나무와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 꽃이 크리스마스와 연관을 맺게 된 것이 15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말이다.
포인세티아는 멕시코 자생지에서는 원래 2m까지 자라는 덤불나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파는 분화는 주로 중소형 화분에 심어져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준다. 포인세티아의 붉은 ‘꽃잎’은 엄밀히 말하면 줄기 끝에 달리는 작은 꽃을 둘러싼 덮개잎(포엽·Bract)이다. 원래 포인세티아 꽃은 꽃잎과 꽃받침이 없으며, 암꽃 한 개를 여러 개의 수꽃이 둘러싸는 잔 모양 꽃차례(杯狀花序)로 구성된다.
보통 식물의 꽃잎은 일주일 정도면 매개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짧은 수명을 다하고 시든다. 반면 덮개잎은 원래 꽃잎이 아닌 나뭇잎이기 때문에 수명이 오래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포인세티아 덮개잎을 한 달 이상 감상하는 게 가능하다. 덮개잎을 보여주는 예쁜 꽃식물로는 안투리움과 스파티필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딸나무도 꽃 주위를 4개의 덮개잎이 둘러싸고 있다.
포인세티아는 낮이 짧아지면 꽃을 피운다. 꽃은 보통 크리스마스 전후에 핀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민들이 여름부터 암막으로 빛을 가려서(일부러 낮을 짧게 만들어) 개화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엔 포인세티아가 9월부터 유통되기도 한다. 꽃시장에서 파는 것은 대부분 미국에서 육성한 품종이지만,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국산 품종을 많이 육성해 냈다.
실내에서 포인세티아를 기를 때는 화분을 하루 3시간 정도 햇볕이 드는 곳에 두면 좋다. 물은 이틀에 한 번 정도 주면 된다. 온도가 너무 높고 건조한 실내에서는 덮개잎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10도 이상의, 조금은 서늘한 곳에 두는 게 좋다. 번식은 줄기를 꺾꽂이하는 방식으로 쉽게 할 수 있다. 덮개잎이 떨어지고 난 후 봄철에 새로이 올라오는 줄기를 잘라 절단면에서 나오는 흰 유액을 물로 헹군 후 흙에 꽂으면 된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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