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그리움

아기 달맞이 2011. 10. 27. 08:03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공석진
어쩌란 말이냐
니가 그리운 걸
산을 보면 니가 보이고
하늘을 보면 니가 보인다

눈을 감으면
더욱 또렷이
니가 남긴 흔적으로
니가 그립다

두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떨어지는 눈물은
정녕 그리움인걸

추한 모습으로
지는 목련일지라도
니가 그리운 걸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죽이기
안 도 현
칼을 간다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
예리하게 더욱 예리하게
이제 그만 놓아주마
이제 그만 놓여나련다
칼이 빛난다
우리 그림자조차 무심하자
차갑게 소름보다 차갑게
밤마다 절망해도
아침마다 되살아나는 희망
단호하게 한치의 오차 없이
내. 려. 친. 다.
아뿔사
그리움이란 놈,
몸뚱이 잘라 번식함을 나는 몰랐다



그리움의 공식
안 수 동
F = m a
과학시간 밑줄 새카맣게 그어도 몰랐지

죽도록 사랑할 적에는
뜬금없는 미움조차도 행복이었는데
불현듯 등 돌려 딴 마음 되니
기쁨마저도 미웁기만 하구나

벗어나려
멀리 날아가 보았지만
날아간 그 거리
곱으로 따라붙는 그리움

그리움 은
사랑의 가속도에 비례하고
미움의 크기에 반비례한다는
질량가속배가의 법칙
그제야 알겠네.



그리움
오정방
쌓이는 것은
낙엽 뿐이 아닙니다
세찬 바람은
저를 몰아 날릴 수가 있지만
머리 속에 문신처럼 새겨진
그리움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쌓이는 것은
눈송이만이 아닙니다
따가운 햇살은
저를 녹여 없앨 수가 있지만
가슴 속에 비문처럼 패어진
그리움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천 양 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픈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 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
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
가랑잎 위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그리움
남원용
하늘위에 타다 남은
까만 그리움 서러워
아픔진 별빛이여
하늘빛 서러워 흘린 이슬
거친 밤바다에 내려놓고
그대 안에 집을 짓는다.
흐르고 또 흘러도 가지 못할 길속에
한숨 담은 서글픔 내려놓고
그대안의 그리움으로 나를 담는다.



그리움
최수홍
당신이 죽도록 보고 싶어도
차마 볼수 없는 것은

나 때문에 바람과 같이
영원히 잠이 드는 물안개 속으로
숨어버릴까 봐 두려워서 못 보는 겁니다

당신을 강 건너에 두고
차마 볼 수 없는 것은

혹시나 그나마도 먼발치에서라도
숨결 소리를 느낄수 없을까봐
두려워서 못 보는 겁니다



그리움
김용택
1
해질녘에
당신이 그립습니다
잠자리 들 때
당신이 또 그립습니다

2
이 세상 그리움들이 모여
달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득 달을 보면
참 달이 밝기도 하구나 라고 말한다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에는
이채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에는
내 마음도 야위어
겨울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모든것이 잠들어도
하얗게 등불 밝힌 그리움
언 가슴 문을 닫아도
뜨겁고 뜨거운
눈물은 닫힐 줄 모르고 흐릅니다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에는
언 추억마저
겨울의 가장 하얀 곳으로 흐릅니다

모든것이 얼어도
하얗게 눈꽃으로 핀 기다림
언 가슴 발을 묶어도
눈위에 찍힌 발자욱은
그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
그대와의 간절한 만남은
하얀 꿈결이 되어
겨울의 가장 따뜻한 곳으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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