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
(Phaedra 1962)
감독 : 줄스 닷신(Jules Dassin)
음악 : 밀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주연 : 멜리나 메르꾸리, 안소니 퍼킨스
줄거리
그리스 해운업계에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한 야망의 사나이,
타노스 크릴리스(Thanos-Raf Vallone. 1916-2002).
전통이 있는 선박 왕 집안의 30대 초반 나이의 딸인,
페드라(Phaedra-Melina Mercouri)와 정략적인 재혼을 해서
살고 있는데, 런던에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는 영국인 전처 소생의 아들,
알렉시스(Alexis-Anthony Perkins)를 무척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업이 우선인 그는 페드라 를 시켜 알렉시스 를 빠리로 데려오라고
해 놓고서는 불과 상봉 몇 시간 만에 뉴욕으로 급히 출장을 가고 마는데,
런던에서 처음만난 이후부터 줄곧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이들은 밤비가 나리는
그 빠리에서 그만 정사를 나누고 만다. 그리고 이 비극적인 불륜의 사랑으로 서로
번민은 시작되고, 24살에 첫사랑을 경험한 알렉시스 에게 그리스에는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하면서 헤어진 페드라 는 그리스에서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함을 깨닫는다.
아들, 알렉시스가 ‘My Girl’이라고 부르며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스포츠 카까지
미리 준비를 해놓고 여름방학에 그를 그리스로 부른 타노스 는 알렉시스에게는
사촌이 되는 얼시 (Ercy-Elizabeth Ercy)와 결혼을 시켜 (사업적인)후계자로 삼을
생각을 하는데 이를 알게 된 페드라 는 불타오르는 질투심을 감출수가 없다.
그리고 날 내버려달라고 쌀쌀맞게 구는 알렉시스 에게도 심한 분노를 느끼며,
“이 모든 것이 다 망할 것 이다.“ 라고 저주를 퍼붓는데, 공교롭게도 첫 장면에서
호화로운 진수식을 가졌던 ‘SS 페드라’호가 그만 이때 노르웨이 연안에서 난파를
당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을 한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페드라 는 사고 수습을
위해 정신이 없는 타노스 의 사무실에서 난 알렉시스 를 사랑한다고 폭탄선언 같은
고백을 하고 이에 분노한 타노스는 아들, 알렉시스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구타를 한다.
일요일은 참으세요(1960) 로 오스카 주제가상까지 수상을 하였던
마노스 하디다키스(Manos Hadjidakis. 1925-1994) 대신 이번에는 그의 단짝
친구이던 미키스 데아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1925, 그리스)가
전체 오리지널 스코어(OS)를 맡았는데, 영화음악 역사에 위대한 장면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영화의 끝부분은 작품 전체적으로도 역시 너무나 유명한 명장면으로서 아직까지
기억이 되고 있다.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집으로 돌아온 알렉시스는 스포츠카를 후진하여
세워놓은 채 흐르는 수돗물에 (그냥 누운 채로) 상처 난 얼굴을 씻는다(아래 사진).
이때, 빠리에서의 정사 씬 때도 나왔었던 격정적인 무드의 그 Love Theme 이
부주키와 기타 선율로 또 다시 들려온다(아래 동영상).
(위의 음악과 아래 동영상같이 메르쿠리의 노래와 연주곡 등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미키스 데아도라키스가 만든 이 사랑의 주제곡은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츠에서 부터
빠리에서의 정사장면을 비롯하여 그동안 여러 번 격정적으로 반복이 되었었지만
이별의 이 장면에서는 왠지 더 구슬프고 애절하게 들려온다.
알렉시스의 상처투성이 얼굴에다 자기얼굴을 갖다 대면서 날 같이 데려가 달라고
사정을 하는 페드라. 그러나, 알렉시스 는 다시는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냉정하게 말하고서는 거칠게 차를 몰고 사라진다(위의 동영상).
잠시 후, 침실에서 평소 아끼던 잠옷으로 갈아입은 페드라 .
평생을 헌신적인 시종(동성애 상대?)으로 같이 지내던 애나가 눈가리개를 가지러
간 사이 수면제를 복용을 하고 다시는 깰 수 없는 깊은 잠으로 빠져 든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알렉시스 는 고속으로 지중해의 바닷가 도로를 질주하며
마치 미친 사람처럼 (차를 향해) 큰소리로 독백과 절규를 한다(아래-자막 인용).
차안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장엄한) 바흐의 음악과 함께.....(위+아래 동영상)
“달려! 달려! 달려! 마이 걸(Go! Go! Go! That's My Girl)........
너만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지. 음악이 듣고 싶어? 그래, 듣고 싶겠지....
추방 당한자의 음악을 들려주지,
우린 바하(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호송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야.
오! 존 세바스챤 바하(바흐) 여!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잘 있거라.... 바다여.(중략)
인정하자, 그녀는 날 사랑했었어... 옛날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오! 바하(바흐) 여! 어디에 계신가요?
모두다 당신 음악에 미쳐있어요.
나도 그리스에서 당신을 듣고 있지요.
아버지를 죽이러 온 이 그리스.(중략)
아! 페드라!
페드라! 페드라!...........“(절규 +차의 급브레이크 소리)
이 기가 막힌 장면에서 흐르는 바흐(Bach)의 파이프 올간 음악은 바로,
Toccata and Fugue in F major, BWV 540 인데,
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도 함께 수록이 된 OST 앨범에는
‘Goodbye John Sebastian’ 이라는 제목도 붙었지만 역시 영화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음악과 함께 좁은 도로를 고속질주를 하던 알렉시스의 ‘My Girl‘은 앞서오는
트럭을 피하려다가 그만 절벽으로 추락을 한다.
(이륜마차를 몰다 바다의 괴물에 놀라 절벽으로 추락하는 히폴리투스의 신화와
최대한 비슷하게 찍은 것 같고, 또 이 차가 그리스 항구에 도착을 했을 때
그리스 노인 역으로 깜짝 출연을 한 줄스 대씬이 “차가 꼭 관과 같이 생겼다"고
말 한 것이 그대로 현실화 된 것이다.)
같은 시간, 타노스는 ‘SS 페드라’호 사고의 사망자들 명단을 몰려든 유족들 앞에서
한 명 한 명 발표를 하면서 이 비극의 막이 내리게 된다.
한편, 이 작품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명장면의 하나는 영화 전반부에서
앤소니 퍼킨스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멜리나 메르쿠리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OST 앨범에서는 이 노래의 제목을 ‘로도스타모(Se Potisa Rodostamo)‘라고
밝혔지만[그리스의 유명한 시인, 니코스 가트소스(Nikos Gatsos)의 작품],
최근에는 ‘나는 그대에게 장미수를 주었네(I Gave You Rose Water To Drink)‘라는
영어제목으로도 꽤 알려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 TV 드라마에도 삽입이 되었었고 또 조수미도 녹음을 한바 있는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aino Feygei Stis
Ochto)'라는 그리스 가요로도 또한 잘 알려진 노익장, 미키스 데아도라키스는
일요일은 참으세요(1960) 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마노스 하디다키스와 함께
현대 (20세기 중반) 그리스 음악계의 아주 큰 기둥으로 근래 다시 평가 받고 있다.
데아도라키스(Theodorakis)는 이 영화에 이어 그리스 전통악기, 부주키(Bouzouki)의
매우 독특한 사운드로 1964년 작인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의 주제곡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그 시절의 군사정권 아래서 한 때 옥고를 치룬 적도 있었다.
(좌익성향 이라는 이유로 그의 음악들은 당시에 모두 금지곡이 되었었는데,
그런 면에서는 이 나라의 역사도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
1973년, 알 파치노가 출연한 ‘Serpico’ 라는 할리우드영화의 주제곡도 만들었지만,
오늘날 까지 약40여 편의 영화음악들을 만든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테마곡 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기념하는 오페라의 음악도 만든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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