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쑥부쟁이 /조 현순

아기 달맞이 2010. 11. 12. 08:11

쑥부쟁이 /조 현순


가지 끝에 물린 한 잎의 햇살 

초록치마 잎사귀를 거울 앞에 끌어 놓았다

얼마나 물갈이를 했을까

햇살 하나 둘 내려 앉아 내 꿈 하늘로 오르고

그리운 마음 모아 꽃씨방 속에 담아 놓았다

꽃잎은 유리병 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장미꽃잎 태운 잔재 입술에 바르고

오징어먹물로 덧입힌 머리카락,  꽃으로 피고 싶었다

꽃잎 사이로  사랑이 내려앉았다    

시커멓게 몰려든 구름 붙잡지 못 하고 울먹이는 하늘가

잔인하게  흐르는 시간, 그의 마음 어디로 갔을까  

키를 한껏 늘려 하얀 송이 허공에 띄우고

쑥부쟁이 속살거리더니 나풀대는 홀씨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꽃잎 흐드러진 날 햇살 움켜쥐고 여인의 마음

너의 곁으로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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