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한하운의 "전라도 길" "보리피리"

아기 달맞이 2010. 10. 19. 22:17

 

 

 

 

 

 

<전라도 길> 

                         -한 하 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새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꼬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꼬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

 

<보리피리>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 )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리리.』

 

                            ***** 

 

 한국시의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운율 속에 천형(天刑)의 절망과 슬픔을 담았던 시인 한하운.
1950년대 전쟁 후의 황폐하고 암울한 시대 분위기와 한(恨)이 면면이 응결된 한하운의 시가 문맥의 일치를 보여 그의 시는 1960년대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했다.
1949년의 첫 시집 <한하운시초>, 1955년에 나온 <보리피리> 등에 수록된 그의 시들은 소월시에 근접한 가락을 지니고 있으며, 절제된 고통의 감정이 소박한 민요 형태로 전이되고 있다.
 그의 시는 <보리피리>와 같은 한(恨), 그리움 등 원초적인 정서를 일깨웠고, 젊은 시절을 나병과 투병한 시기를 대변하는 작품으로는 '소록도 가는 길'이란 부제가 붙은 시 <전라도 길>이 있다. 그러나 그는,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는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 나병을 근치했고 부평의 [성계원](成谿園), 신명보육원(新明保育院) 창설과 함께 대한 [한센]연합위원장직을 맡아 나환자 구제 운동에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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