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뜻 그대로 '맑고향기롭게'이끌 것"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법정스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서 스님의 뜻을 받들어 우리 사회를 더 맑고 향기롭게 만들 수 있는 공동체 운동으로 살려 나가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한 법정스님이 지난 3월11일 입적한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아 온 덕현스님은 스승의 유지를 잇기 위한 활동들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특히 법정스님이 1994년부터 이끌어온 '맑고 향기롭게'의 활동을 서서히 좀 더 적극적이고 폭넓게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맑고 향기롭게는 ▲좋은 책읽기, 참선수련회 등을 통한 마음 맑힘 활동 ▲결식이웃을 위한 밑반찬, 도시락, 급식지원활동, 장학금 지급, 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 등 세상나눔 활동 ▲숲기행, 문화유적답사, 친환경물품 만들어쓰기 같은 자연살림 활동 등을 조용히 펼쳐왔다.
철저히 자원봉사 활동으로 유지되는 맑고 향기롭게는 현재 서울ㆍ광주ㆍ부산ㆍ대구ㆍ경남ㆍ대전 등 전국 6개 지부에서 회원 1만여 명이 활동하는 규모로 커졌다.
덕현스님은 오는 17일 맑고 향기롭게 대전모임을 찾아 '불교의 현대적 실천'이라는 주제로 법문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 각 지부를 돌면서 회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덕현스님은 "맑고 향기롭게는 마음과 세상, 자연을 모두 맑고 향기롭게 만들려는 운동으로 그 근본에는 불법(佛法)이 깔려있지만, 인간 내면의 순수함과 온기를 믿고 드러내는 것이 이 세상의 문제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해갈 수 있다는 통찰을 가진 사람, 또는 그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종교의 벽을 넘어 불교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언행이 빈틈없이 일치하고 생애를 일관해 청정하고 따뜻한 가르침을 보이신 법정스님께서 입적을 전후해 다시 한번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49재까지 '맑고 향기롭게' 회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지금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불법과 법정 사상이라는 구심력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중앙과 지부를 연계시키고 중앙회관을 건립하며, 국제적인 구호활동도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길상사 내에 맑고 향기롭게 중앙회관이 세워지면 그 안에 채식식당을 운영할지도 모릅니다. 맑고향기롭게의 원칙을 지키면서 친환경적인 채식을 권장ㆍ보급하고, 검박하고 생태적인 식사를 공동체적인 식탁에서 해결하면서 그로부터 이윤까지 생기면 국제 기아문제 해결 등을 위해 회향할 것입니다."
법정스님 입적 후 평상에 법구를 모시고 가사 한 장만 덮은 채 바로 장작더미 위에 올린 장례 모습은 수만 송이 꽃으로 뒤덮인 상여와 만장 행렬이 등장하던 여느 큰스님들의 장례 모습과 대비됐다.
덕현스님은 "평소 저희 상좌들에게 누누이 하신 말씀으로도 모자라 변호사까지 부른 자리에서 공식적인 유언으로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라'고 못박으신 바람에 결국 모두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평생을, 심지어는 사후의 일까지도 당신 고집대로,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가신 분입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대로 했다는 것이 안일하고 방만하게 살았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 꼿꼿하게 분명하게 자신이 정한 원칙을 절대 무너뜨리지 않고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키며 사셨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것입니다."
"더러 물어보시곤 하죠. 언제 어른스님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느냐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것을 아직 실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분명히 당신의 입적이 남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긴 했지만, 그 자체가 매우 당신답고 강렬한 가르침이었기 때문에 당신의 존재감이 더 크게 각인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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