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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文學館 - 메밀꽃 필 무렵

아기 달맞이 2009. 9. 7. 08:14

 

 

 

 <메밀꽃 필 무렵>- TV 文學館 ( 1936년 作 )

                          이효석 [李孝石]1907~1942

 

 

등장인물

 

▶허생원 : 주인공. 장돌뱅이. 한국 토속 사회의 한 전형적 인물.

▶동이    : 장돌뱅이. 사기없는 순박한 젊은이.

               허생원의 아들로 짐작됨.

▶조선달 : 보조인물. 허생원의 친구이며 동업자.

 

 

  * 메밀꽃 필 무렵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사랑 받는 우리 문학에서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품성을 떠나 이 작품의 이러한 위치는 무척이나 소중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1936년 <조광(朝光)>에 발표된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영서 지방(봉평)의 시골 장터와 그 지방의 풍물인 '메밀꽃, 장돌뱅이, 나귀, 달빛, 밤길' 등을 배경으로,  떠돌이 장돌뱅이가 반평생을 잊지 못하고 찾아 헤매던 옛 사랑의 여인을 찾고, 뜻밖에 그녀 사이에서 난 아들까지 만나게 된다는 줄거리의 서정적인 단편입니다.


  메밀꽃이 피던 달밤.

  장을 거둔 떠돌이 장똘뱅이 허생원은 객주집 토방이 너무 무더워 개울가로 나갑니다. 달이 너무 밝은 까닭에 옷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갔다가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칩니다.

산 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당장이라도 메밀꽃 향기가 풍겨나올 듯 합니다. 

  달밤의 메밀밭을 배경으로  시적인 묘사가 절묘한 이효석의 서정적 글의 체취와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구도를 갖춘 이 작품은 유랑인의 삶이 '길'이라는 무대에서 삶의 상징성을 띤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 특히 허생원과 동이의 잃어버린 자기의 뿌리를  찾아가는, 영화로 치면 '로드 무비'(road movie)에 해당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남녀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친자 확인(親子確認)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기본 줄기를 이룹니다.

  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미묘한 운명을 드러내는 과정에 '길'이 등장합니다.
  그 '길'(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칠십리 길)은 낭만적 정취를 듬뿍 머금은 달밤의 산길입니다.


  물론, 그 길은 허 생원 일행에게는 생업(生業)의 길목이지만, 괴로운 인생의 현장이기보다는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세계입니다. 여기에 사랑의 추억과 인연(因緣)의 끈질김이 어우러지면서 한 늙은 장돌뱅이의 애환이 전개됩니다.

 

 허 생원이 술집에 들어가 충주집을 탐내고 있을 때, 그의 당나귀는 암놈을 보고 발정(發情)을 합니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하는 아이들의 말소리는 허 생원 자신에 대한 조소처럼 느낍니다.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 꼭 한번 정을 통한 것입니다. 평생 처음이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허 생원이 처녀에게 한 아이를 잉태시킨 것처럼 당나귀는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새끼를 얻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나귀의 까스러진 갈기, 개진개진한 눈은 허 생원의 외양(外樣)과 흡사합니다.

  봉평장의 파장 무렵,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 속이 상합니다. 조 선달에 이끌려 충주집을 찾습니다.

 

  거기서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납니다. 허 생원은 대낮부터 충주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몹시 못마땅합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계집하고 농탕질이냐고 따귀를 올립니다. '동이'는 별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납니다.

  허 생원은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조 선달과 술잔을 주고받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옵니다. 나귀가 밧줄을 끊고 야단이라는 것입니다.

  허 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알았던 '동이'가 그런 기별까지 하자 여간 기특하지가 않습니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다음 장터로 떠나는데, 마침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의 정경에 감정이 동했음인지 허 생원은 조 선달에게 몇 번이나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꺼냅니다.

  한때 경기가 좋아 한밑천 두둑이 잡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노름판에서 다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평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메밀꽃이 핀 여름 밤, 그날 그는 토방이 무더워 목욕을 하러 개울가로 갔었습니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났습니다.

  성 서방네는 파산(破産)을 한 터여서 처녀는 신세 한탄을 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허 생원은 처녀와 관계를 맺었고, 그 다음날 처녀는 빚쟁이를 피해서 줄행랑을 놓는 가족과 함께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이야기 끝에 허 생원은 '동이'가 편모(偏母)만 모시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발을 빗디딘 허 생원은 나귀 등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고 그걸 '동이'가 부축해서 업어 건너 줍니다. 허 생원은 마음에 짐작되는 데가 있어 '동이'에게 물어 보니 그 어머니의 고향 역시 봉평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임을 눈여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