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차 정금(샘이깊은물 발행인) 사진/하 지권(샘이깊은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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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례청에서 원삼에, 족두리를 머리에 곱게 얹고 두 손을 이마 아래로 모은 새색시의 한삼 자락 사이로 살짝 엿보이는 연지, 곤지. 동그랗게 이마 한가운데에 찍은 곤지와 양볼에 연지를 바른 새색시의 모습은 참으로 고왔다. 지금은 여러 가지 화학색소로 만든 화장품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런 화장품이 없었던 때 신부의 연지, 곤지를 찍거나 볼과 입술을 칠하는 데 썼던 잇꽃은 자연화장품 재료의 하나였다. 잇꽃으로 만든 붉은 색소를 "연지"라고 하는데 이 연지는 차분하면서 들떠 보이지 않는 빨간색을 낸다. 그런데 그 고운 빛깔의 연지는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 요즈음 혼인식 뒤 폐백 올릴 때 신부 얼굴의 연지, 곤지를 보면 마치 빨간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 같아 마음이 서글퍼진다. 그 아름답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나처럼 느끼는 이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잇꽃은 이처럼 자연화장품으로뿐 아니라 자연 염색의 재료로도 중요하게 썼다. 잇꽃은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초본식물로 한자로는 "홍화"라고 한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홍람, 홍람화, 황람, 오람, 자홍화, 대홍화, 홍화채, 연지, 약화, 구례나위라고도 한다. 키는 일 미터에 달하고 전체에 털이 없으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피침 형으로서 끝이 가시처럼 되어 있다. 꽃은 육, 칠월에 피며 모양이 엉겅퀴와 같으나 붉은빛이 도는 노란색이고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꽃이 한 개씩 달린다. 잇꽃 염색의 시작 잇꽃을 이용한 염색은 사천 년 전에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중국에는 한나라 때에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평양 교외 낙랑고분에서 빨간색으로 염색된 천이 출토되었고, 신라 때에는 왕실의 길쌈을 맡아하던 "홍전"이라는 관아가 설치되어 잇꽃 염색을 전업으로 하였다. 그런 사실로 미루어 보아 잇꽃 염색은 우리나라에서도 역사가 꽤 깊어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잇꽃 재배와 염색이 일반화되어서 서민들은 밭에서 잇꽃을 재배하였고, 관에서는 상의원과 제용감에 각 열 명의 홍염장을 두어 염색을 맡게 하였다. 잇꽃 염색은 여러 염색 가운데서 가장 값이 비쌌다고 한다. 천사백년대에는 잇꽃 한 근이 쌀 한 섬 값이었고, 쌀 한 섬이 마흔여덟 냥일 때 대홍색(분홍빛을 띤 색깔) 한 필당 염색 값만 일흔 냥이나 되었다. 잇꽃 염색은 이불깃, 다홍치마, 색동옷 들을 만드는 데 널리 활용하였으나 일제시대부터 광물성 색소를 쓰기 시작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요즈음에는 여자들의 골다공증 공포와 함께 배에 좋다는 건강 보조식품으로 각광을 받아 잇꽃을 기르는 농가와 잇꽃 씨를 파는 곳이 많아졌다. 중국산도 많이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잇꽃을 재배하려면 잇꽃은 물 빠짐이 좋고 모래가 섞인 황토가 있는 비옥한 토양에, 낮에 따뜻하고 밤에는 냉랭하며 아침에는 안개가 끼어 적당한 습도가 있는 곳에서 가장 잘 자란다. 밑거름으로는 잘 발효된 인분이 가장 좋으나 너무 많이 주면 무성하게 자라 바람에 잘 쓰러진다. 그리고 제대로 발효된 거름을 주지 않으면 진딧물이 생기므로 인분을 잘 숙성시킨 것이 좋다. 잇꽃을 재배하려면 두둑을 만들어 재배하는 것과 밭에 직접 흩어 뿌려 재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둑을 만들어 재배하는 경우에는 씨앗을 뿌리기 전에 먼저 두둑을 지어 검정 비닐로 감싼다. 흰 비닐을 쓰면 잡초가 생기므로 검정 비닐을 쓴다. 검정 비닐에 이십에서 삼십 센티미터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한 구멍에 잇꽃 씨를 네댓 개 정도 심는다. 이때 삼에서 사 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심는다. 이십 일 정도 지나면 싹이 나오는데 두 포기 정도 남기고 솎아준다. 밭에 직접 흩어 뿌려 재배하는 경우에는 땅 삼백 평에 잇꽃 씨 일 킬로그램 정도를 뿌린 뒤 씨의 다섯 배 정도 깊이로 흙을 덮어준다. 김을 매면서 솎아주기를 세 번쯤 나누어 하는데 마지막으로 솎아주기를 할 때에는 포기와 포기 사이를 이십에서 삼십 센티미터 정도로 한다. 잇꽃의 어린싹은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잎이 연하기 때문에 집게벌레나 진딧물 같은 벌레가 잘 생긴다. 진딧물을 없애기 위해서는 담뱃잎을 푹 끓인 물을 분무기로 뿌려주기도 하고 처음부터 박하나 부추, 마늘과 같이 자극적인 작물과 같이 심기도 한다. 잇꽃은 처음에는 노랗게 되었다가 차츰 붉은빛으로 변하는데 붉은빛은 빨리 지므로 붉은빛의 꽃은 재빨리 따야 한다. 딴 꽃은 통풍이 잘 되는 햇볕에서 사나흘 건조시켜 종이봉투에 보관한다. 열매는 팔월 즈음에 완숙되면 거둔다. 잇꽃 씨의 약효를 높이기 위하여 유황을 뿌려 재배하기도 하는데 한 평당 한 홉에서 두 홉의 유황을 뿌린다. 전통 염색법과 개량 염색법
잇꽃에는 수용성의 노란 색소와 알칼리에서만 추출되는 붉은 색소 두 종류가 들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잇꽃으로 염색할 때 먼저 잇꽃을 물에 담가 삭히고 그것을 다시 물에 담가 노란 색소를 다 없앤 뒤 회즙, 곧 잿물로 카르타민의 붉은 색소를 용해하여 매실산을 넣고 빨간색으로 발색시켰다. 조선시대 상방의 대홍 염색법에는 토주(천의 두께가 두껍고 빛깔이 누르스름한 산동주 비슷하게 생긴 명주) 한 필에 잇꽃 열두 근, 여회(명아주 재) 네 근, 매실 열세 근을 썼으며, 숙초(생실을 익혀 표백하여 희고 윤기 있게 만든 명주) 한 필에 잇꽃 열일곱 근, 매실 열세 근의 비례로 붉은 색소를 추출하여 한지에 여과시켜 연지를 만들어 염색한다고 하였다. 요즈음 잇꽃으로 염색하는 방법에는 전통 염색법과 화학약품으로 간단하게 염색하는 개량 염색법 두 가지가 있다. 전통 염색법을 써서 물을 들이면 그 빛깔이 차분하면서 가라앉은 연분홍에서 진분홍으로 되며, 개량 염색법을 써서 물을 들이면 화려하고 튀는 연분홍에서 진분홍 빛깔이 된다. 이처럼 잇꽃 염색은 물들이는 방법에 따라 다른 빛깔을 낼 뿐 아니라 천의 종류와 염액의 붉은 색소의 농도에 따라서도 빛깔이 크게 달라진다. 모시나 무명 같은 마나 면 소재에는 색소의 짙고 옅음에 따라 진한 분홍이나 연분홍으로 염색이 되나 명주, 사 종류에는 분홍이 섞인 주황색으로 염색이 된다. 그래서 명주에 맑은 분홍빛을 들이기 위하여 예전에는 "개오기"라는 방법을 써서 물을 들였다. "개오기"는 먼저 무명 종류에 잇물을 들인 다음 말려 그 무명을 다시 잿물에 담가 무명에서 빠져 나온 잇물로 물을 들이는 방법이다. 이처럼 염색된 천에서 색소를 다시 게워내게 하여 염색하는 방법을 "개오기"라 한다.
한편, 잇꽃 전통 염색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잿물이나 오미자 또는 매실초를 쓰는 것이다. 매실초는 만들기 어려우므로 오미자를 쓰는 것이 편리하다. 잿물은 콩대, 명아주, 쪽대, 잇꽃대, 찰볏대 들의 식물을 태운 재를 쓴다. 완전히 연소된 재보다 검은 숯 상태의 재로 만들어 잿물을 내린다. 잿물은 옹기 자배기에 나무를 걸치고 시루를 얹어 시루 밑에 얇은 헝겊을 깔고 재를 부은 뒤 팔팔 끓는 물을 부어 내려서 만든다. 이때 잿물을 만져보아 미끈거려야 하며 리트머스 시험지로 알칼리 농도를 측정하여 피에이치가 십일 정도 되어야 한다.
잇꽃으로 물들이려면 옛 방법대로 잇꽃 염색을 하려면 일 주일 이상 삭힌 잇꽃과 오미자, 잿물, 식초가 필요하다. 모시 사십 자 한 필을 물들이려면 잇꽃이 일 킬로그램, 오미자 육백 그램, 잿물 이십 리터가 있어야 한다. 먼저 잇꽃을 물에 담가 일 주일에서 보름 정도 삭히는데 위로 뜬 꽃이 검게 변하지 않도록 하루에 한 번씩 저어 준다.
1. 노란 색소 빼내기
2. 붉은 색소 빼내기
3. 오미자 물로 중화시키기 오미자 육백 그램을 미리 십 리터의 물에 하룻밤 재워놓는다. 이 오미자액을 맑게 밭친다. 붉은 색소를 추출한 이십 리터의 잇꽃 물에 오미자액 십 리터를 부으면 거품이 생기면서 중화가 된다.
4. 염색하기 5. 매염하기 [잇꽃 개량 염색법] 1. 노란 색소 빼내기
2. 붉은 색소 빼내기 3. 구연산으로 중화시키기
4. 염색하기 5. 매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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