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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차 정금(샘이깊은물 발행인) 사진/이 일섭(샘이깊은물 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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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전 땡볕이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붉은 깻잎 모양의 차즈기 한 무리를 마당 한켠에서 발견하였다. 문득 "아! 저 식물은 무슨 색을 낼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전정 가위를 찾아 들고 그 자리에서 밑둥을 싹둑싹둑 잘랐다. 그리고는 얼른 차즈기를 솥에 넣고 끓여 그 물에 모시 한 필을 덤벙 담가 염색을 한 다음 초산 처리를 했다. 그러자 모시는 복숭아꽃이 떠오르도록 정말 아름다운 연분홍색으로 물이 들었다. 그 모시를 그늘에서 잘 말려 접어두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곱던 분홍빛이 점점 바래더니 한 순간에 모시의 본래 색인 소색이 되어버렸다. 그때는 내가 염색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이어서 섬유에 따라 콩즙이나 타닌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그런 일을 겪은 뒤 섬유의 종류와 성질, 그리고 매염제, 특히 식물성 섬유(면 섬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면 섬유를 보자면 섬유는 크게 동물성 섬유와 식물성 섬유로 나뉜다. 동물성 섬유에는 명주와 모가 있으며, 식물성 섬유로는 모시, 삼베, 면 들이 있다. 식물성 섬유인 모시는 쐐기풀과에 속하는 모시풀의 인피 섬유로 짠 직물인데 저마포, 저, 저포 들로 여러 옛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모시는 우리나라, 인도, 중국에서 고대부터 재배되어 사용되었고 특히 섬세하고 단아하며 청아한 멋을 지녀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쓰던 직물이었다. 삼베는 삼(대마)의 인피 섬유로 짠 직물로 마, 마포, 포라고 한다. 삼은 일찍이 구석기 시대에도 쓴 것으로 나타나는데 신석기 시대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일반 의복뿐 아니라 의례 복식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면이 일반화되기 전에 많이 썼다. 면은 목화의 섬유로 짠 직물인데 목, 면포, 목면이라 부르기도 한다. 면직물은 기원전 삼천년 즈음 인도의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출토되어 인류가 일찍이 면직물을 사용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면직물 유품은 페루의 유적지에서도 인도와 같은 시대의 유품이 출토되기도 하였다. 인도의 면직물은 섬세하게 직조되었을 뿐 아니라 직조 기법이 다양하였고 또한 염색을 한 면직물이 기원 전후 연대에 이미 페르시아, 이집트,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었다. 로마인들은 인도의 면직물을 "짜여진 공기", "흐르는 물", "저녁 노을"이라고 표현하였을 만큼 인도 면직물의 직조 수준은 매우 뛰어났다. 우리나라에 면이 전래된 사실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들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고려 공민왕 십이 년(천삼백육십삼년)에 원나라에 다녀온 문 익점이 면 종자를 들여와 면 재배가 시작되었으며 그이의 장인 정 찬익이 조면, 방사구를 창제하여 그 직조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삼국지> 위지 동이전 예조에 "면포"의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왜국에 백면 열 필을 보낸 기록, 그 밖의 여러 기록을 근거로 볼 때 문 익점이 면 종자를 들여오기 이전의 면과 면직물에 대하여 생각해 볼 바가 많다. 곧 삼국시대 때 면을 재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면 섬유를 많이 재배하고 있었던 남방 지역에서 면의 원료가 교역품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면직물을 직조하였지 않았나 짐작된다. 삼국시대 때 이미 삼베 같은 천들을 직조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면의 원료가 들어왔다면 능히 면직물을 생산할 수 있었으리라 싶다. 그러므로 고려 때 문 익점이 면 종자를 들여와 목화를 재배하기 이전에 이미 고구려, 신라, 백제 또는 고려의 초기에 면직물이 우리나라에서도 직조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면직물의 직조 기술이 매우 뛰어나 오승, 칠승, 구승, 십오승 들 해서 섬세하고 고운 면직물을 생산하였다. 또 대흥면포, 아청세목, 홍세목, 남세목, 초록목, 청목, 흑목, 각색 세목면 들의 기록이 있어 여러 가지 염색된 면직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면포 직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내 수공업과 방직 회사의 대량 생산이 병행되었다. 천구백육십팔년에는 무형문화재 제사십팔 호로 나주의 샛골무명나이를 지정하여 전통 수직 면포인 섬세직 무명의 직조 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면이 잘 물들게 하려면 동물성 섬유는 염색이 잘 되는 데 반해 식물성 섬유인 모시, 삼베, 면에는 물이 잘 들지 않는다. 그 가운데 면직물은 염색하기가 가장 어렵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조선시대에는 면직물을 쪽이나 홍화, 소목 들로 염색하여 서민들의 옷과 침구 들에 널리 썼다. 면에는 물이 잘 들지 않지만 쪽은 달랐다. 쪽말고도 타닌이 많이 들어 있는 재료인 감이나 꼭두서니, 잇꽃, 오배자, 오리나무 열매, 밤나무 들도 염색이 잘 되는 염료여서 많이 이용하였다. 그러나 그것말고 거개의 식물 염료는 면에 염색이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소목, 코티닐, 로그우드 들은 면에 직접 물을 들일 수 없다. 이러한 염료로 물들이려면 콩의 단백질이나 오배자와 같이 타닌을 많이 가진 재료로 먼저 처리를 한 뒤 본 염색을 하였다. 요즈음은 의약품으로 만든 타닌을 이용하여 먼저 처리를 한다. 면은 명주나 모와는 달리 염료와 매염제의 흡수력이 많이 떨어지므로 염료의 양, 매염제의 농도, 염색의 횟수 들에 따라 색의 짙고 옅음이 결정된다. 짙은 색으로 염색을 하려면 물들이기를 여러 번 되풀이해야 하며, 염색액이 식지 않도록 계속 데워주어야 한다. 염색액을 끓인 다음 될 수 있으면 염색 천을 염액 속에 그대로 담가 하룻밤 정도 재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과 명주를 물들일 때 필요한 염색액의 양을 견주어보면, 명주는 염색액의 양을 섬유 무게의 이십 배 정도로, 면은 염색액의 양을 섬유 무게의 일곱 배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염착력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초산(식초)을 이용할 수 있다. 섬유 무게의 일에서 오 퍼센트 정도의 초산을 넣으면 보다 물이 잘 든다. 이때 많은 양의 초산을 쓰면 노란색이 강해지거나 또는 매염제와의 결합이 억제되어 발색이 나빠질 수도 있다. 매염제를 사용할 때에는 선매염이나 중매염보다는 후매염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콩과 타닌의 구실 콩은 단백질이 많은 식품으로 이용되는 것말고도 인공 섬유, 인조 고기, 비누, 인쇄용 잉크, 의약품 들 해서 다채롭게 쓰이고 있다. 콩은 염색에도 중요하게 쓰이는데 콩대를 태운 재로 내린 잿물은 쪽을 발효시키는 데 썩 좋은 재료이다. 콩물은 면에 단백질을 입혀 염색이 잘되도록 하기도 한다. 오배자 같은 식물에서 약용 타닌을 얻기도 한다. 오배자를 온수 처리하여 흰색 또는 엷은 갈색의 타닌 가루로 만들어 수렴제나 지혈제, 염색제로 쓴다. 오배자란 붉나무에 오배자 벌레가 기생하여 만들어내는 길이 팔 센티미터, 폭 일에서 육 센티미터의 벌레집을 말한다. 이 벌레는 붉나무의 가지나 소엽 위에 집을 짓는데 구월, 시월에 오배자 벌레가 나가기 전에 따서 말려 약재로 이용하며 타닌을 얻는 원료로 쓰인다. 타닌 대신 오배자를 끓인 물에 면을 담그더라도 결국은 타닌으로 처리하는 것과 같으므로 약품으로 처리된 타닌보다 천연 재료인 오배자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콩물 먹이기 1. 대두(메주콩) 사백 그램을 여섯 시간 물에 담가 콩을 처음 크기의 세 배 정도로 불린다.
타닌 처리하기 1. 타닌 백 그램을 이십 리터의 물에 넣고 끓인다.
오배자 처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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