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 김계희(글,그림)

나는 웅장하지는 않지만
작고 예쁜 우산속에 서 있었습니다.
곱게 움츠리고 살아가면 갸녀린 어깨가 젖지않는다는 것도
우산 속에서 배웠습니다.

그러다 우산도 없이 빗속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가진 우산의 고마움이 사무치곤 하였습니다.
사람을 들뜨게 하는 것은 가능성에 대한 희망들이었으나.
우산속 안락에 대한 연민이 부풀어 오를때면
빨려들것 같은 빗물들이 두려워
접었다 폈다 똑같은 행위만 반복하곤 하였지요.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도둑같이 한 해를 빼앗겨 버리곤 하였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쓸쓸하고 더디었지요.
그러다 어느날 우산을 던져버릴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직도 젊은 나이,
십년후에 이 우산이 비를 막아주지 못할지 모르고,
그보다 그 세월동안 누르고 살아가야 할 답답함이 오히려 막막하여서..
서른이 된다는 것은 스무살의 꿈들에 먼지를 닦아 보고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도피와 희망의 엇갈림속에서
언제고 미래로 가는 열차 시간을 체크해야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것.

우산을 던져 버리니 세상에 갈곳도 배울것도 너무나 많아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뿌듯한 행복감은 살아온 어떤 세월들보다 뚜렷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