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야생화

진달래, 기관지염 다스린다

아기 달맞이 2009. 4. 8. 02:24

 

 


목련 민들레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에 저마다 시샘하듯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지만 꽃에도 품격이 있는 걸까? 옛 사람들은 벼슬에 품계를 정하듯이 꽃에도 그 기개와 절조에 따라 일품(一品)에서 구품(九品)까지 품계를 정해 가까이 하거나 멀리 했다. 세조 때 재상을 지낸 강희안의 ‘양화소록(養花小錄)’에 보면 진달래는 정5품의 품작을 받는다. 그 이유인즉, 진달래는 척박한 땅이나 바위틈을 골라 피며 북향일수록 더욱 잘 피고 꽃 색깔도 진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어려운 처지에 놓여도 애초의 마음을 잃지 않고 붉게 지켜내려는 지조와 절조를 상징한다는 의미가 된다.

진달래는 양반의 품격을 지니되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린 꽃이다. 음력 3월 3일(올해는 양력으로 4월 11일) 삼짇날이 되면 규방에 갇혀 지내던 아녀자들이 봄볕 화사한 개울가나 산자락에 나와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으며 화전놀이를 즐겼다. 또 오미자를 우려낸 붉은 국물에 녹두가루를 반죽해 익혀 넣은 다음 잣과 진달래 꽃잎을 띄워 화면(花麵)을 만들어 먹었으며, 진달래 꽃잎으로 빚은 두견주로 봄날의 정취를 마음껏 느꼈다. “두견주 석 잔에 5리를 못 간다”는 옛말이 전해오는 진달래술은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술로 꼽히기도 하는데, 술을 담근 지 100일 후에 마시는 백일주가 가장 좋다고 한다. 두견주는 고려의 개국공신인 복지겸이 중병으로 고생할 때 효성스러운 딸이 백일기도를 한 후에 신선에게 계시를 받아 빚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진달래점이라 하여 진달래꽃이 여러 겹으로 피면 풍년이 들고 진달래꽃이 한 해에 두 번 피면 가을 날씨가 따뜻할 것이라 믿었다. 무병장수를 빌며 성(城) 밟기를 할 때는 진달래꽃을 꺾어 여의화장(如意花杖)이란 꽃방망이를 만들어 놀았다. 그 꽃방망이로 서생의 머리를 때리면 그 해에 과거에 붙고 기생의 등을 치면 정을 줄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방에서는 진달래를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이라 해서 ‘만산홍(萬山紅)’이라 부르는데,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면서 달고 독이 없다고 보았다. 진달래는 담을 없애고 가래를 삭히며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하여 기침, 고혈압, 생리불순에 효능이 있다. 민간요법에 따르면 만성기관지염으로 고생할 경우엔 진달래 풋잎 25~50g을 달여 한 번에 먹거나 진달래 가지 50g을 달여 한 번에 먹으면 효과적이라고 했으며, 고혈압이나 관절염이 있을 때에는 진달래꽃을 설탕이나 꿀에 일주일 동안 재워놓았다가 하루에 2회 술잔으로 하나씩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진달래 잎을 채취하여 차로 끓여 수시로 마시는 것도 좋은데, 가을과 겨울에 잎을 채취하여 물에 넣고 살짝 삶아서 그늘에 잘 말린 후에 차로 끓이면 된다.

〈조성태 한의사·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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