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09-02-18 10:46
“보자기도, 미술도, 화장품도 여성들의 삶과 평생 함께하는 것들이잖아요. 세 가지가 잘 어우러진 행사라 며칠 동안 밤샘 작업을 해도 행복했어요.”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로, 자연주의 살림법으로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가 2월4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현대에서 보자기 이벤트를 열었다. 화장품 브랜드 크리니크와 함께 한 이벤트였다. 크리니크는 화려한 패키지와 스타 모델을 멀리하고, 동물실험 등을 하지 않으며, 무향 제품만을 생산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유명하다. 크리니크 관계자는 “화이트닝 기능의 ‘더마 화이트’ 라인을 내놓으면서 친환경적, 자연주의적인 보자기 운동가 이효재 씨와 공동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백 장의 흰색 보자기로 화장품을 일일이 싼 뒤 수국 같은 매듭을 지어 전시장에 설치했다. 전시를 보러 온 손님들에게는 초록 깻잎 위에 하얀 가래떡을 올리고, 말간 연꽃차를 냈다.
“한복집을 하면서 저만큼 보자기를 많이 풀고 싼 사람도 없을 거예요. 누군가는 언덕 하나는 이뤘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사람들이 커다랗고 화려한 포장지를 북북 찢어버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포장지와 가방 대신 보자기를 권하고, 책을 내고, 문화계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는 와인에서 실제 자동차(뉴비틀!)까지 오만형상을 다 싸봤다. 그래서 보자기 퍼포먼스 아티스트란 말도 듣는다. 전시 때문에 오랜만에 얼굴에 분을 발랐지만, 무리하게 보자기를 싸서 늘어난 인대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고, 거친 손등엔 힘줄이 튀어나왔다. 손톱 끝 붉은 봉숭아물이 오히려 애달프다. 이 두 손으로 지구의 아마존 정글 한쪽쯤은 살려냈을 거라며, 그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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