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야생화

아는 만큼 맛있다!/홍차

아기 달맞이 2009. 2. 19. 09:09

애인처럼 사귀고 싶은 차, 홍차
언제라도 편안하고, 침묵이 흘러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같은 차가 커피라면,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고, 왠지 웃고 재잘거리고 싶고, 만나기 전에는 매무새를 챙기게 되는 ‘애인’ 같은 차가 홍차다. 틈만 나면 차 마실 생각부터 하는 영국인이 아닌 이상, 적어도 내게 홍차는 그런 느낌이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잰걸음을 하면 뉴요커처럼 시크해 보이고, 거름망을 걸친 잔에 조심스럽게 차를 따르는 모습에선 여성스러운 자태가 느껴진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일상에 한 템포 쉼표가 필요한 날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처럼 우아한 티렝스 가운을 걸친 채 찻잔을 앞에 놓고 즐거운 수다를 떨고 싶어진다. 꽃무늬가 프린트된 화려한 티 세트는 그 욕망을 한층 더 간질인다. 게다가 홍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노화 예방 효과가 있어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니 귀가 솔깃하다. 수백 년을 거쳐 세계인을 매료시킨 홍차.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리운 계절, 붉은 빛깔의 홍차와 깊게 사귀어보기 딱 좋은 계절이다. 여덟 가지 키워드로 홍차의 매력에 빠져보자.

박지숙 作 ‘리빙 페인팅-R’ (2005)


레몬 혹은 우유
홍차에 레몬을 띄우는 것은 러시아에서, 우유를 넣는 것은 영국에서 비롯되었다.
레몬을 넣으면 찻물의 색깔이 약간 밝아지고, 홍차의 떫은맛이 좀 더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너무 오래 담가두거나 즙을 짜내는 것은 금물. 레몬 성분이 차의 타닌과 결합, 화학 변화를 일으켜 오히려 차의 풍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레몬을 최대한 얇게 썰어 살짝만 담갔다가 바로 건져내야 한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중탕한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밀크티는 영국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스타일로 위를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다. 레몬이냐 우유냐,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티 포트와 티 잔은 로얄 코펜하겐 블루 플루티드.


티 포트 & 티 잔
아름답고 기능적인 티 웨어tea ware는 즐거운 티타임을 주도한다. 홍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우아한 티 세트 하나쯤은 장식장에 놓아두고 싶어 할 정도로 유명 도자기 회사의 티 포트와 티 잔은 지극히 화려하다. 티 포트는 동그란 형상이라야 열의 대류가 원활해서 찻잎이 물과 함께 빙빙 돌아(점핑 현상) 맛과 향이 잘 우러나온다. 또 차를 따를 때 마지막 줄기가 지저분하게 흐르지 않도록 티 포트의 주둥이는 끝 부분이 좁으면서 유선형을 이룬 것이 좋다. 티 잔은 커피 잔에 비해 높이가 낮고 폭이 넓어 향을 풍부하게 발산하게 해준다.
유백색 티 잔이어야 차의 아름다운 빛깔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

1 헤런드Herend 티 세트.
2 레녹스Lenox ‘버터플라이 메도Butterfly Meadow’ 스태커블 티 세트.
3 지앙 ‘루아조 블뢰 L’Oiseau Bleu’ 티 포트와 티 잔.
4 까사렐 ‘캐시미르Cashemire’ 티 세트.
5 로얄 코펜하겐 ‘메가 블루 플루티트Mega Blue Fluted’ 티 포트, ‘블루 플루티드’ 티 잔.



(왼쪽) 골든 룰
홍차를 가장 맛있게 우리는 방법. 첫째, 깨끗한 물을 준비해 동전 크기의 기포가 보일 때까지 펄펄 끓인다. 둘째, 티 포트와 컵에 따뜻한 물을 담아 데워놓는다. 셋째, 1인분의 차를 우리는 데, 일반적으로 3g 분량의 티스푼에 잎차를 수북이 담고, 입자가 작은 차는 티스푼에 평평하게 깎은 분량이 적당하다. 계량한 찻잎을 포트에 담는다. 넷째, 끓인 물을 포트에 붓는다. 다섯째, 티 코지를 덮어 찻잎이 우려지기를 기다린다. 큰 찻잎은 3~4분, 잘게 부순 찻잎은 2~3분 정도 우린다. 여섯째, 스트레이너를 이용해 찻잎을 걸러 잔에 따른다.

(오른쪽) 스트레이너&인퓨저
우려낸 차를 잔에 담을 때 찻잎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도구들. 주로 앙증맞고 화려한 모양이어서 눈이 즐겁다. 티 포트에 우려낸 차를 찻잔에 따를 때 찻잎과 찌꺼기를 걸러주는 ‘스트레이너strainer’는 찻잎의 크기에 따라 구멍 크기를 맞춰 사용해야 하며, 손잡이가 길고 받침 고리가 있는 것은 잔에 걸쳐놓고 차를 따르면 된다. ‘티볼tea ball’이라고도 부르는 ‘인퓨저infuser’는 차를 우릴 때 찻잎이 물에 떠돌아다니지 않도록 가두어두는 도구. 간편함을 주는 대신 크기가 작아 찻잎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해 차를 충분히 우려내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왼쪽) 티 워머&티 코지
솜을 넣고 누벼서 만든 ‘티 코지tea cozy’는 차를 우려내는 동안 티 포트에 씌워 보온을 하기 위한 것. 티 코지를 씌우면 30분~1시간 정도 따뜻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 ‘티 워머tea warmer’는 양초나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여 티 포트를 보온하는 데 쓰는 것으로 높이가 적당한 것을 고르는 게 선택 포인트다. 티 워머와 티 코지는 겨울철에 따뜻한 홍차를 만들 때 특히 좋다. 한편 홍차는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지만 과일이나 여러 가지 재료를 더해 베리에이션 티로 즐겨도 색다르다. 사과, 복숭아, 계피 등을 티 포트에 담고 잘 우린 홍차를 부어 티 워머에 올린 뒤 따뜻하게 우려내 마시는 과일 홍차는 추운 날 어울리는 베리에이션 티.

(오른쪽) 티 캐디
포트넘&메이슨Fortnum&Mason, 트와이닝Twinings, 아마드Ahmad, 위타드Whittard, 로네펠Ronnefeildt…. 홍차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차 브랜드의 패키지는 소장하고 싶을 만큼 멋스럽다. ‘티 캐디tea caddy’는 원래 차를 보관하는 함을 뜻하는데, 현대에는 차가 담긴 각종 용기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예전에는 나무, 도자기, 은, 동, 주석 등 소재가 다양했으나 최근 유통되는 티 캐디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가볍고 공기를 차단하도록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왼쪽) 애프터눈 티&하이 티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차와 스콘, 샌드위치, 케이크 등 간단히 티 푸드를 즐기며 사교의 장을 마련하는 애프터눈 티 타임. 베드포드 7대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1788~1861)가 오후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하녀에게 차와 간식거리를 가져오라고 했던 데에서 유래했고, 19세기 말엽에는 계층의 장벽을 넘어 사회적 관습처럼 퍼져나가게 됐다. 꽃 장식, 그리고 티 푸드를 담아내는 3단 스탠드는 애프터눈 티의 상징이다. 반면 ‘하이 티high tea’는 애프터눈 티 타임을 갖기 힘든 노동 계층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6시 즈음 찬 고기, 베이컨, 빵 등을 차와 함께 즐기며 저녁 식사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하이 티는 모든 계층의 필요에 따라 변용되었다. 고기가 준비돼 식사로 즐길 수 있으면 ‘하이 티’, 그렇지 않고 간식 같은 의미이면 ‘애프터눈 티’다. 1인용 티 포트와 티 잔이 하나로 합쳐진 티포원Tea for one은 레녹스 제품.

(오른쪽) 선물 아이디어
홍차를 선물하는 것은 차 자체의 맛과 향뿐 아니라 여유로움까지 덤으로 전하는 것.
선물받는 이에게는 홍차를 한 잔 우려 한 박자 쉬어 갈 수 있는 ‘고마운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홍차 전문가 공은숙 씨는 평소 홍차 선물을 수없이 주고받는다. “이왕이면 덩그러니 홍차만 전할 게 아니라 마들렌, 스콘, 쿠키 등 홍차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이나 스틱 설탕 따위를 세심하게 챙겨 넣어보세요.
홍차를 맛있게 제대로 우려내는 방법을 간단하게 카드에 적어 보내도 좋지요. 의외로 홍차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낯설어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간편하게 우려낼 수 있는 로네펠트의 1회용 티를 종류별로 한 개씩 모아 골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용기에 담긴 다즐링과 딸기홍차는 아마드 티 제품.

꼭 기억해야 할 홍차의 종류
신선하면서도 엷은 백포도주 향으로 인해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다즐링은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서 재배되며 중국의 기문, 스리랑카의 우바와 함께 세계 3대 홍차로 꼽힌다. 강한 맛의 아삼은 우유를 넣은 로열 밀크티에 가장 어울리는 홍차. 영국 수상이었던 얼그레이 백작이 영국에 소개한 얼그레이는 중국 차를 기본으로 하여 베르가모트 향을 더해 만든 차. 타닌 성분이 적고 향이 강해 아이스 티에 많이 사용한다.
브렉퍼스트는 이름 그대로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만든 블렌딩 차. 맛과 향이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아, 주로 강하게 우려내 밀크티로 마신다. 오렌지페코는 오렌지 향이 나는 홍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차나무의 두 번째 어린잎을 뜻하는 말. 차 색깔이 밝고 연한 오렌지빛을 띠며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꽃차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민들레  (0) 2009.02.20
챠밍허브   (0) 2009.02.20
환절기 감기잡는 보양 한방차   (0) 2009.02.18
여름 꽃차 Florteo por somero   (0) 2009.02.16
야생 복숭아꽃차   (0) 200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