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정의 조건, 공통 취미
같으면 득이 되고 다르면 독이 된다는 부부의 취미 생활. 무엇으로 함께 즐길 수 있을까?
“남편 취미 생활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결혼 3년 차인 후배의 요즘 최대 고민거리는 바로 남편의 취미 생활이다. 술, 담배 안 하고 재미없게 살기로 유명한 후배의 남편은 요즘 골프에 푹 빠져 있다. 맞벌이부부로 지내는 후배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둘만의 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했지만 그녀의 남편은 여유가 생길 때마다 골프로 스트레스를 풀길 원했다. 결국 모처럼 찾아온 휴식은 푸닥거리의 시간이 되었다.
후배가 남편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싸움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골프를 배우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흥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걸 어찌하겠는가. 남편의 회사에서 이미 후배는 남편의 유일한 취미를 막는‘악덕 아내’로 이름을 떨치고 있을 만큼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남편은 취미 생활을 못 하게 하는 아내를 원망했고, 남편과 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했던 후배는 상처를 받았다.
캠퍼스 커플이었다가 결혼으로 7년 열애의 종지부를 찍은 또 다른 후배의 결혼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술독에 빠져 죽을 기세로 술자리를 즐기던 그녀의 남편은 결혼을 해도, 토끼 같은 자식이 태어나도 한결같이 술을 사랑한다. 술이 그의 유일한 낙이자 취미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술은 한 모금도 못 마시는 후배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다 못해 결국 퇴근 후 남편에 대한 안테나를 접어버렸다. 그가 역삼동 어느 호프집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잠들어 있어도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남편의 행방을 걱정하며 애태우는 것보다 안테나를 접는 것이 그녀의 정신 건강에 더 도움되는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취미 생활로 인한 트러블이 비단 신혼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 20년 차 부부에게도 배우자의 취미생활은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푸닥거리의 불씨다. 결혼 후 아내는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게 되고, 남편은 직장생활에 전념하게 되면서 부부사이는 자연스럽게 소원해진다. 가끔은 연애시절 데이트를 그리워하는 아내의 마음을 남편들이 알아줄 리 없다. 그러다 각자의 생활에 길들여지면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심도 줄어드는 것이 오래된 부부의 현실이다.
돈 없는 우리에게 취미는 사치일 뿐이라는 비겁한 변명은 하지 말자. 공통의 취미 생활이 뭐 별건가. 단 30분이라도 좋다.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저녁 먹고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감상하고, 자전거를 타며 함께 웃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루 일과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연애 시절 기분까지 보너스로 득템하게된다. 부부사이가 돈독해지지 않을 수 없다.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기 전에 필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다. 그러기 위해서 대화는 필수다. 잠깐 살고 헤어질 생각이라면 각자의 생활을 즐겨도 좋다. 하지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생각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공통 관심사를 찾아보자. 그 어떤 것보다 든든하고 값진 노후 자금이 될 것이다
/에디터 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