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건강칼럼] 웃을 일을 찾는 연습을 하세요
[삼성스포츠] '화기(和氣)'라는 말이 있습니다.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나 혹은 따듯하고 정다운 기운을 뜻하는 말입니다. 창 밖에 화기가 가득한 시즌입니다. 봄볕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찬란하고, 식물과 흙에는 물기와 기름기가 풍성하게 오릅니다. 언제든 터지겠노라고 말하듯 한껏 통통해진 꽃망울은 귀여운 긴장감마저 자아냅니다. 참으로 화기의 시절이라 할 만하지요.
채근담은 화기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日無和氣 人心不可 一日無喜神 (일무화기 인심불가일일무희신)'. 자연은 하루라도 화기, 즉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나 기운이 없으면 안되고, 사람은 하루라도 즐거운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요.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화창한 기운이 없이 어떻게 싹이 돋고 꽃이 피겠습니까? 꽃이 없으면 열매도 없고, 씨앗도 없고, 그럼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도 메말라 버립니다. 온화한 날씨가 자연을 이루는 이 많은 생명들을 살게 해 주는 힘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즐거운 기운이 없이는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살 수 있다고 해도 건강한 삶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한 순간도 즐겁지 않은 하루하루를 우리가 어떻게 버텨나가겠습니까? 힘들고 고된 삶 속에서도 작게 웃을 수 있는 일들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연에 따뜻한 날씨가 필요하듯, 우리에겐 웃음이 필요합니다. 웃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누군가 제게 이렇게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즐거운 일이 많았는데, 점점 삶이 지루해집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옛날 이야기밖에 하지 않아요."
살면서 삶이 점점 단순해지고 재미없어진다는 이들이 많지요. 웃자고 해도 웃을 일이 뭐 있나 하는 씁쓸한 자조가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매일같이 웃을 일이 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좋은 일이 그렇게 늘상 일어날 수는 없는 것이죠. 일상에는 재미나고 즐거운 일보다, 평범하고 익숙하고 그래서 얼마쯤은 지루한 일이 더 많습니다. 운이 나쁘면 짜증나는 일도 심심찮게 끼어들어 기분을 망치기도 합니다. 웃을 만큼 좋은 일만 기다리다가는 우리는 아마도 일주일에 한두 번 '하하' 짧게 웃고 마는 것이 다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웃을 일이 많았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늘 웃을 만큼 좋은 일들로 가득 차서 우리가 늘 웃고 다녔던 것일까요?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가 많이 웃었기 때문에 그 시절이 즐거웠던 것은 아닐까요? 별 것 없는 친구들의 농담, 어설픈 누군가의 실수, 유치한 장난 하나에 우리는 얼마나 자지러지게 웃고 다녔던가요?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들이 죄다 웃을 거리 투성이였던 어린 아이 시절의 우리가 언제부터 웃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며 가렸던가요?
웃을 만큼 좋은 일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웃지 마세요. 적극적으로 웃을 일을 찾아보세요. 실수로 태워먹은 밥, 잘못 끓여 짜게 된 국, 어쩌다 구멍 뚫린 양말… 일상의 작고 작은 일, 유치하고 별 것 아닌 일상이 모두 웃을 일입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면 찾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루 한번씩 눈 크게 뜨고 웃을 거리를 찾아내 봅시다. 마치 선생님의 호탕한 재채기 소리에 웃을 일만을 기다렸다는 듯 까르르 하고 자지러지는 여고생들처럼, 웃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소소한 웃을 거리들이 눈에 들어오게 될 겁니다.
실 없다고요? 좀 실없으면 어떻습니까. 이 웃음이 삶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 하는데 말입니다.
칼럼니스트 : 이시형 박사(힐리언스 선마을 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