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어른들이여..감정을 분출하라"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얻었다는 것 아닐까요? 매사에 일희일비하면 너무나 피곤해지는 것, 혹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 불이익을 받기 쉬운 것이 사회생활이자 가정생활이니까요." 감정을 억누르는 어른들에게 강신주(46)가 묻는다. 한 번뿐인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위해서 감정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이냐고. 삶의 희열도, 추억도, 설렘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 <사진제공=민음사>
'철학의 시대'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을 통해 동서양 철학을 종횡무진으로 횡단해온 철학자가 이번에는 '감성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민음사에서 펴낸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통해서다.
그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삶의 불안에 갇힌 독자에게 인문 고전을 통해 현실과 직면할 것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나만의 소중한 감정을 잘 가꾸고 보듬을 것을 요구한다. 감정을 짓누르는 무거운 현실과 자기 생으로 맞닥뜨렸던 세계 문학의 거장들의 작품 48편과 함께 '경탄' '야심' '사랑' '욕망' '환희' '분노' 등 48개의 감정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 감정은 스피노자가 '에티카' 3부에서 분류한 인간의 48가지 감정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감정의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분출이 가능하냐의 여부에 달린 것 아닌가.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슬픔을, 쏟아지는 은하수에서 환희를, 친구의 행복에 기쁨을, 말러의 5번 교향곡 4악장에서 비애를, 멋진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시부모의 무례한 행동에 분노를,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치욕을, 번지점프에서 뛰어내리면서 불안을. 이 모든 감정들의 분출로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10대 소녀 롤리타를 사랑했던 어느 중년 남자의 이야기인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를 사회적 통념은 불온한 것으로 단죄한다. 그렇지만 그는 '남자 주인공 험버트의 고백 '롤리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라는 소설의 첫 구절은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되묻는다.
이것이 감정을 긍정하고 지혜롭게 발휘하는 스피노자의 이성이다. 철학자 중 거의 유일하게 스피노자만은 '이성의 윤리학'이 아니라 개개인의 감정에 주목한 '감정의 윤리학'을 옹호했다.
스피노자는 우리에게 충고한다. "슬픔과 기쁨이라는 상이한 상태에 직면한다면, 슬픔을 주는 관계를 제거하고 기쁨을 주는 관계를 지키라"고 말이다. 스피노자가 제안한 '감정의 윤리학'이 '기쁨의 윤리학'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신주는 이 책을 통해 "'연민'이나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여자들, '질투'를 사랑의 증거라고 오해하는 남자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