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 곽재경의 플라워 데코 Autumn Blooming
가을은 브람스의 음악, 따뜻한 홍차 그리고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느낄 수 있다. 집 안의 인테리어를 바꿀 수 없다면 가을을 닮은 꽃과 식물로 공간 곳곳을 꾸며보자. 플로리스트 곽재경이 제안하는 색다른 매력의 초가을 플라워 데커레이션.
기본 리스 틀에 버들가지를 덧엮어 입체감을 살린 뒤 두툼하고 큼직한 연밥과 연둣빛 열매가 풍성함을 더하는 마가목, 화훼용으로 나온 동그란 블랙 고추, 초콜릿 컬러가 인상적인 작은 해바라기를 조화롭게 배치해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리스를 완성했다. 군데군데 돌돌 말아놓은 베이지 컬러의 잎은 태산목으로, 뒷면의 촉감이 마치 융처럼 부드러워 이 면이 보이도록 말아주면 온기를 더할 수 있다. 리스에 사용한 소재는 모두 생화이지만 그대로 말려도 형태가 오래 유지되는 특성이 있는 것들이라 한 번 만들어놓으면 가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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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쉴 곳은 꽃, 바로 꽃과 함께"
플로리스트 곽재경이 경기도 동탄에 플라워 숍 '빌리디안'의 재오픈 소식을 알려왔다. 서울에서 동탄으로 옮겨간 뒤 그곳에서 새로운 터를 마련하고 활동하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에 일을 접었던 것이 벌써 3년 전. 모처럼 만의 연락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던 건 플로리스트로서의 그녀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앞치마를 두른 채 한아름 꽃을 안고 미소 짓는 그녀는 참 행복해 보였다.
"너무 힘들어 무작정 쉬고 싶었어요. 여행도 하고 원 없이 휴식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죠. 그렇게 3년을 보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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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일본 'J's World Flower School'에서 웨딩·프로·전문·사범 과정을 수료한 뒤 현지에서도 유명한 'Flower School Jardinesdes'의 커리큘럼을 이수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각종 잡지와 방송, 인테리어 현장에서 활약하며 플로리스트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순간, 모든 것에서 고단함이 느껴졌다. 결국 잠시 꽃을 멀리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하지만 그렇게 쉬다 보니 힘들었던 꽃이, 무척이나 그리웠단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꽃을 마주하니 이제는 힘들어도, 피곤해도 그저 꽃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샘솟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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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본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꽃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꽃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제 꽃을 일이 아닌 제 삶으로 받아들인 거죠. 앞으로 새로 오픈한 빌리디안에서 새로운 꽃 문화를 개척할 계획이에요."
곽재경은 다양한 문화시설에서 플라워 데코 강의도 하고, 재능 기부를 비롯해 시니어 수업을 통해 꽃꽂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늘어놓으며 손으로는 열심히 작업을 하는 그녀를 보니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플로리스트 곽재경의 행복은 꽃이고, 휴식도 꽃이며, 힐링도 꽃이기 때문이다.
거실에 들여놓은 가드닝
요즘같이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시대엔 누구나 정원이 있는 집을 꿈꾸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플로리스트 곽재경은 가드닝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마당이 없어도 좋고, 베란다를 통째로 개조할 필요도 없다는 것. 거실 곳곳에 꽃과 식물을 센스 있게 들이면 야외 정원 못지않은 훌륭한 가드닝이 된다고 단언한다. 벽난로 모양의 구조물이나 콘솔, 스툴과 같은 가구에 메인이 되는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를 놓아보자. 소재들을 투박하게 쌓아올리는 방식의 어레인지먼트는 구조적인 멋이 있어 하나의 오브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먼저 말채나무를 기다랗게 잘라 직사각 형태의 틀을 만든 뒤 그 위에 화훼용으로 나온 꽃토마토를 줄기째 올려놓는다. 그런 다음 폭이 좁고 긴 초록 잎사귀를 가진 이끼시아를 풍성하게 쌓아올리는데, 이때 이끼시아는 꽃 대신 씨가 맺힌 것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오렌지빛의 작은 꽃들이 풍성하게 핀 투베로사를 원형으로 다듬어 중앙에 올리면 근사한 플라워 오브제가 완성된다. 아래쪽 스툴 옆에 식물 화분까지 배치하면 공간 가득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1 가을빛이 물든 커다란 창문에 넝쿨식물을 길게 늘어뜨려 가드닝을 연출할 수 있다. 행잉 바스켓에 캄바눌라를 심어 천장에 매달아보자. 바람을 따라 뱅그르르 흔들리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거실에 놓인 커다란 장식장도 가드닝 도구가 될 수 있다. 먼지 쌓인 책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일부 치우고 식물 화분, 토피어리, 나뭇가지들을 칸칸마다 조르륵 놓으면 색다른 실내 가드닝이 연출된다. *클래식한 블랙 장식장 가격미정, 노빌리타.
3 자줏빛 수국 그림에 나뭇가지와 말린 연두색 수국을 입체적으로 붙여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화가와 플로리스트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마치 그림 속의 꽃이 살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림 작품으로 가드닝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다. *그림 송병연 작가 작품. 4 옹기를 활용해 만든 가드닝 미니어처. 핑크 스타와 신고디움, 트리아를 높낮이를 고려해 심고 작은 강아지 인형을 올려 아기자기하게 연출했다. 커다란 식물 하나 덩그러니 심는 것보다 작은 식물 여러 가지를 옹기종기 심는 것이 팁.
운치를 더하는 다이닝룸
테이블 세팅을 할 때 특별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센터피스를 놓는데,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컬러만을 강조해 심플하게 연출한 센터피스는 오히려 운치를 살려준다. 우선 식기와 화기는 블랙 & 화이트 컬러로 맞춰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센터피스는 작은 블랙 화기에 그윽한 핑크빛이 도는 큼직한 다알리아를 3송이 정도 꽂아 중심을 잡는다. 꽃 사이사이에는 초록잎 테두리에 흰빛이 도는 작은 생강초와 붉은빛이 도는 넓은 후테라 잎을 꽂아 깊은 가을색이 느껴지도록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화이트 접시 위에 넓적한 팔손이 잎을 한 장 깔아주면 근사한 레스토랑과 같은 분위기로 마무리할 수 있다.
*물결 모양을 양각으로 표현한 부티크 스웹트 원형 접시와 파스타 볼 가격미정, 코렐.
특별한 날 테이블 세팅을 할 때 접시 위에 냅킨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냅킨 링 대신 식물 줄기를 감아보자. 특별한 기교 없이도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초록의 레몬트리 잎 줄기를 냅킨의 중앙에 가볍게 감아주고 흰색의 잔잔한 섬바디꽃을 꽂으면 완성.
의자 등받이 뒷부분에 코르사주를 달아두는 작은 배려 하나만으로도 초대받은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코르사주는 잔잔한 진분홍 석죽과 흰색, 분홍색이 매치된 백일홍을 메인으로 해 작은 꽃다발처럼 만들고 연분홍 리본을 길게 늘어뜨려 마무리한다.
접시에 과일을 담아낼 때도 약간의 센스를 발휘하자. 오렌지빛 이끼시아 꽃줄기를 리스처럼 엮어 접시에 올리고 초록색의 큼직한 잎을 한쪽에 놓아 포인트를 살린 뒤 과일을 올리면 순식간에 특별한 디저트 접시로 변신한다. *꽃 모양을 양각으로 표현해 고급스러운 포인트를 준 부티크 체리시 사각 접시 가격미정, 코렐.
<■기획 / 김민정 기자 ■진행 / 김유옥(프리랜서) ■사진 / 민영주 ■제품 협찬 / 노빌리타(070-7567-1655), 코렐(02-2670-7800) 플로리스트 곽재경(빌리디안, 031-8003-6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