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의 여름 천연살림 이야기

아기 달맞이 2013. 7. 25. 06:40

밥 짓고 밥 담는 일을 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돌, 꽃, 잎, 나뭇가지 등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소재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소품이 된다. 리얼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며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양은숙의 방등골 집에서 찾은 여름 천연살림법.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의 여름 천연살림법


계절의 풍류를 즐기는 법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방등골 가는 길은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다. 요즘에도 이렇게 좁은 도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올망졸망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아기자기한 꽃과 굵직한 나무숲이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방인을 반긴다.

“새 작업실을 찾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시골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작정한 건 아니었지만 잠시도 망설이지 않은 이유는 집 전체를 아우르는, 시원하게 뻗은 전나무 숲과 벼가 노랗게 익어가던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에 압도되었기 때문이죠. ‘반도반농’의 생활로 전입하는 순간이었어요.”

각종 잡지와 사보, TV를 오가며 15년 동안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었던지라 시골 생활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았을 터. 게다가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서울에 가까울수록 찾는 이가 많고 일하기도 수월하다.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의 여름 피서법

“사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면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이제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늘 동동거리며 바쁘기만 하던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말의 속도를 늦추고, 생각의 속도를 늦추게 되었거든요. 제가 필요한 분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기도 하고요. 사실 마음이 그렇지 수도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마을이기도 해요.”

자연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고 땀 흘려 텃밭을 일구는 일이 시골살이의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자연의 정취도 즐기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도 있지만 방등골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은 자연에서 얻은 다양한 재료로 음식을 더욱 맛있고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떨어진 나뭇가지와 잎, 지천에 있는 예쁜 돌, 사계절 피는 꽃은 그녀의 집 안으로 옮겨지는 순간, 일상의 밥상과 손님의 초대상에서 무궁무진한 활약을 펼친다. 나뭇가지는 조금만 손질하면 포크나 젓가락으로 변신하고 무성히 자란 들꽃은 테이블 위 센터피스가 된다. 오래된 고재 쟁반으로 시계를 만드는가 하면 계절마다 나뭇잎을 주워 일회용 티 매트로 활용한다. 그녀는 자연에 다가갈수록 아이디어가 샘솟고 힘이 절로 난다고 말한다.


방등골 여름 들살림 이야기


	안이 비어 있는 어린 개나리나무에 철사를 넣고 나무와 나무를 철사로 엮어 행주걸이를 만들었다. 볕 좋은 날 행주를 밖에 널어두면 한두 시간 만에 바짝 마르고 행주가 햇볕에 소독되어 위생적이다.
안이 비어 있는 어린 개나리나무에 철사를 넣고 나무와 나무를 철사로 엮어 행주걸이를 만들었다. 볕 좋은 날 행주를 밖에 널어두면 한두 시간 만에 바짝 마르고 행주가 햇볕에 소독되어 위생적이다.

	마당 한쪽에 서 있는 듬직한 전나무에 해먹을 걸어놓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한가롭고 여유로운 감성이 절로 생긴다. 해먹에 누워 새가 포르릉 날아가는 것도 구경하고 책도 읽으며 여름을 한껏 즐긴다.
마당 한쪽에 서 있는 듬직한 전나무에 해먹을 걸어놓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한가롭고 여유로운 감성이 절로 생긴다. 해먹에 누워 새가 포르릉 날아가는 것도 구경하고 책도 읽으며 여름을 한껏 즐긴다.

겨울을 제외하고 사계절 바쁘지 않을 때가 없지만 산과 들의 열매가 영글어가는 여름은 특히나 바쁘다. 집 앞 뽕나무의 여린 뽕잎을 따 구증구포를 흉내 내보기도 하고, 발효된 맛이 천하일품인 오디를 따 설탕에 절여 건강음료도 만든다. 또 매실과 보리수를 따서 매실은 청으로 만들고 보리수는 폭폭 끓여 걸러 건강음료로 만든다. 마늘종을 수확해 장아찌를 담그는 일도 잊지 않는다. 마늘은 마늘종을 뽑아줘야 더욱 실하게 자랄뿐더러 알싸하고 매콤한 마늘종을 담가두면 사계절 어느 때고 밑반찬으로 즐길 수 있다. 마당 한편에 있는 작은 채마밭도 손질해줘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이 모든 일은 그녀가 즐길 수 있는 규모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상추, 케일, 치커리, 고추, 도라지, 허브 등 그녀가 즐겨 먹는 식재료가 가득한 텃밭. 농약은 물론 퇴비 한 번 준 적 없는데도 잘 자라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상추, 케일, 치커리, 고추, 도라지, 허브 등 그녀가 즐겨 먹는 식재료가 가득한 텃밭. 농약은 물론 퇴비 한 번 준 적 없는데도 잘 자라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처음 방등골에 왔을 때는 욕심이 많았어요. 밭에 이것저것 많이도 심었죠. 그러다보니 일구는 밭이 한도 끝도 없이 넓어져 점점 일이 되기 시작하니까 고단해지더라고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마당 한편에 딱 필요한 만큼만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고추와 각종 쌈채소, 도라지, 감자, 허브 등을 조금씩 심어 자급자족할 수 있으면서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심지요. 시골에 와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시골살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농사를 짓겠다고 내려온 것도 아닌데 무리하게 일을 늘려 스스로 지치는 분들이 많은 거죠. 자연은 필요한 만큼만, 욕심 없이 사용해야 해요. 그야말로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하는 거죠.”

텃밭과 갈무리해놓은 것들은 일 년 내내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와도 걱정할 게 없다. 텃밭의 쌈채소를 씻어 물기를 탈탈 털어 상에 올리고, 된장에 매실청만 약간 섞어 곁들이면 금세 풍성한 쌈밥이 완성된다. 멸치를 우린 물에 된장을 풀고 감자, 양파, 호박, 청양고추를 넣어 끓인 칼칼한 된장찌개까지 곁들이면 입맛이 절로 돈다. 상추도 숭덩숭덩 손으로 뜯어 멸치액젓과 간장,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것에 뜨끈한 밥 한 덩이 넣어 쓱쓱 비벼주면 어떤 손님이 마다할까. 별미를 대접하고 싶을 때는 봄에 말려둔 쑥을 꺼내든다. 멥쌀을 불리고 쑥을 데쳐 불린 쌀과 함께 빻아 익반죽해서 충분히 치대어 차지게 만든다. 탁구공만 하게 소분해 동그랗게 빚어 떡살로 찍은 다음 김이 오르는 찜통에 20분정도 찌고 그 위에 참기름을 바르면 고소한 쑥개떡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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