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우울증, 치매로 誤認하기도
조선일보특별취재팀
우울증부터 보이는 '가성치매', 인지장애·기억력 감퇴 보여도 뇌세포는 정상… 완치율 80%
경북 경주에 사는 김모(69)씨는 1년 전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갑자기 기억력이 감퇴했다. 처음에는 아들과 딸 전화번호와 통장 위치 등을 기억하지 못하더니 몇 달 후엔 말투가 어눌해지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치매라고 판단한 자녀가 김씨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러나 김씨의 병은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이었다.
노인성 우울증은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등 인지 장애 증상이 치매와 흡사해 '가성치매(假性癡?·pseudo-dementia)'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실제 치매와 가성치매는 발병 원인과 시기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치매는 뇌 세포 손상이 원인인 데 반해 가성치매는 가족의 죽음 등 갑작스러운 사건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치매는 물리적 원인이 있지만 가성치매는 정신적 문제라는 것이다.
↑ [조선일보]
또 치매는 발병 시기가 애매하고 증상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가성치매는 '○달 전' 등으로 비교적 증상의 발현 시기가 명확하고 증상 악화 속도도 빠르다. 환자가 어느 날 눈에 띄게 기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면 가성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도 다르다. 치매 환자가 주로 인지 기능 저하를 먼저 경험하고 이에 따른 우울증을 겪는 데 반해 가성치매 환자는 불면, 초조함, 식욕 저하 등 우울증 증상이 먼저 나타난 후에 인지 기능 저하가 따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성치매는 뇌 세포 파괴 등 복구 불가능한 피해가 없는 정신병이어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80%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