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자작나무 숲을 찾아떠난 겨울 태백고원 여행
아기 달맞이
2013. 1. 2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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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속살을 내비치며 겨울 관광객을 유혹하는 자작나무는 마치 북유럽에서 건너온 외래종 같지만 사실 백두산 인근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토종 수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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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면 언뜻 핀란드나 러시아, 노르웨이 등 북국의 숲이 생각나지만, 사실 외래수종이 아니라 토종 수종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일대를 비롯해 개마고원과 강원도 북쪽 산간에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는 자작나무는 오랜 시간 우리네 민초들의 삶과 함께 해 온 벗이다. 자작나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귀중한 수종으로 목재로는 물론이며 껍질을 벗겨 종이처럼 글을 쓰거나 땔감으로도 썼다. 불을 때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붙은 것이 바로 자작나무다. 수액은 고로쇠(骨利水)로 마시고 껍질은 씹어서 약으로 썼다. 목재의 질도 좋아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판으로도 쓰였을 정도다. 자작나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사실 '자일리톨 껌' 때문인데, 그래서 북유럽산 외래수종으로 오해를 받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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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터널로만 알려져 있는 두문동재 위로 난 고갯길로 향한다. 만항재(1330m)에 이어 해발고도가 국내 두번째로 높은 고갯길인 두문동재(38번 국도) 아래에 차를 세우고 30분쯤 가면 자작나무 숲이 드넓게 펼쳐진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고한에서 태백으로 터널을 통해 넘어가면 입구에서 고갯길로 빠질 수 있다. 늘 산그늘이 지는 곳이라 눈이 가득 쌓여있어 바퀴에 쇠사슬을 감거나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약 2㎞ 정도 구간인데 얼추 30~40분이면 오른다. 어느 순간 모퉁이를 돌면 길 옆 산허리로 자작나무숲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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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십 몇도가 넘는 산골의 공기는 산그늘 내린 자작 숲을 거치며 한결 청량해진다. 순백의 숲을 지나치며 산소를 한껏 품은 공기를 들이키니 몸도 마음도 덩달아 하얗게 변한듯 하다. 아침부터 덜덜 떨며 눈밭에서 기다려온 보상이다.
태백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자작나무숲=
한겨울 자작나무의 새하얀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모두 세 군데다. 삼수령 아래 길어귀에 위치한 생선조림 식당 '초막 고갈두' 주차장 양옆으로 작은 자작나무 정원과 숲이 조성돼있다. 두문동재 고갯길과 귀네미마을 인근 상사미 마을에서도 도로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인제군에도 원대리에 약 80만~90만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수산리에는 100만 그루 정도가 조림되어 있다. 횡성군 자작나무 미술관은 아름다운 겨울 숲속에서 문화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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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시내에는 유독 '실비집'이란 상호가 많다. 맛있는 태백한우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보는 식당들이다. 상장동 배달실비식당은 한우 갈빗살이 유명한 곳이다. 고소한 고기를 연탄불 석쇠 위에 구워먹는다.(033)552-3371. 태백에 자작나무가 왜 많은가 했더니 국물이 자작한 태백닭갈비가 유명해서 그런가 보다. 쫄면과 라면 등 각종 사리를 넣어먹는 전골 형태로 황지동 태백닭갈비가 잘한다.(033)553-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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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등반=
태백산(1566.7m)과 함백산(1572.9m) 겨울등산 코스도 인기다. 특히 얼마전 KBS TV '다큐3일'에 태백산 편이 방영된 이후 수많은 이들이 신년 등반을 위해 몰리고 있다. 두문동재에서 출발, 은대봉~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눈꽃 트래킹 코스 역시 최고의 눈꽃 트래킹 코스로 꼽힌다. 태백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33)550-2741, park.taebaek.go.kr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